삼성궁과 대원사 계곡길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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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궁과 대원사 계곡길 탐방
  • 염재균/수필가
  • 승인 2023.05.0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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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천 염재균/수필가[사진=광장21]
덕천 염재균/수필가[사진=광장21]

완연한 봄날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다 같다고 할 것 같은 4월의 끝자락이다. 예전 같으면 5월에 활짝 피는 하얀 이팝나무의 꽃들도 이미 만발하여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계절이 시기라도 하듯이 아침저녁과 한낮의 기온차가 너무 차이가 난다. 외출 시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고민도 하고 몸이 약한 사람들과 노약자들은 감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병원을 들락거리는 신세가 되어가고 있다.

필자도 그중에 한 사람이기도 하다. 한번 걸린 감기는 나갈 줄을 모르고 더불어 살고 있다.

감기를 극복하고자 한 달 전부터 지인과의 계획된 산행이 우천으로 인해 3번이나 연기된 끝에 평일인 금요일에 간다고 하여 아내와 같이 동참하기로 했다.

등산배낭에 필요한 물품을 챙겨 집결지인 (구)시민회관 뒤편으로 가는데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싸늘한 날씨가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곳 주변에는 금요장터가 서는 날이라 그런지 이른 시간인데도 물건들을 내려 좌판을 벌여놓느라 상인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아침 햇살이 따스하게 다가오니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함께 할 등산객이 하나둘씩 몰려들고 정해진 시간에 전세버스가 와서 일행들을 태웠다.  목적지인 지리산 청학동에 있는 삼성궁(三聖宮)과 대원사 계곡 둘레길 탐방을 위해 대전 ~진주 간 고속도로를 달려가다가 금산 인삼랜드 휴게소에 도착하여 간단하게 미역국에다 찰밥을 넣고 김치를 더해 아침식사를 해결했다.

등산객들의 아침식사는 무언가에 쫓기듯 식당도 아닌 휴게소 한 귀퉁이에서 먹는 모습이 분위기와 어울린다. 

식사를 끝내고 차는 계속해서 달려 2022년도에 개통한 지리산 터널을 지나게 되었다.  터널길이가 약 3km로 산청군 산청읍에서 삼정면으로 이어지는 국도 59호선인 삼장 ~ 산청 간 밤머리재는 왕복 2차로 산악도로였다고 한다.

이 터널의 개통으로 산청읍에서 지리산 입구까지 15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고 하니 지리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 생각된다.    

출발한 지 3시간 만에 깊은 산속에 자리하고 있는 청학선원인 삼성궁 주차장에 도착을 했다. 우리 일행은 커다란 오리 모양을 한 집과 수많은 돌들로 탑을 쌓아 군집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우선 돌탑의 규모에 놀랐고, 수많은 돌들을 어떻게 운반 하였는지 궁금하기만 했다.

신선이 살 것만 같은 지리산 청학선원 ‘삼성궁’은 1983년부터 33만㎡의 터에 고조선 시대의 소도를 복원한 곳이라 한다. 묵계 출신 강민주(한풀선사)가 건립한 시설로 천궁, 건국전, 청학루, 무예청, 연못, 솟대 시청각실 등이 있다.

배달겨레의 성전인 이곳은 환인, 환궁, 단군을 모시고 있는 곳으로 기묘한 형상의 1,500여 개 돌탑과 아름다운 산세는 신비로운 세계를 걷는 기분이다. 가을이 되면 오색 단풍은 삼성궁 거북 연못을 둘러싼 붉은 물결 앞에서 절정에 다다른다고 한다.  

이곳저곳을 다니며 눈으로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50여 년이 넘는 세월동안 돌탑을 쌓은 한풀선사의 정성이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걷다가 보니 돌탑이 무너져 다시 쌓고 있는 백발이 성성한 도인 같은 분과 젊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이 분이 올해 87세인 한풀선사라고 한다.  아직도 노익장을 과시할 정도로 돌탑을 쌓고 계시다고 한다. 

사람들을 너무 많이 대하다 보니 자기 일에만 열중하고 계신다고 누군가가 일려준다.  우리 일행은 환인, 환웅, 단군이 모셔져 있는 건물에 도착하였다. 존영(尊影)을 보니 나도 모르게 건국신화의 조상에게 우리나라가 잘 되게 해달라며 기도를 드렸다.

돌탑들을 자세히 보니 사이에는 우리 조상들이 쓰던 돌절구통과 다듬잇돌 그리고 맷돌 등이 들어 있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이곳에 있다는 것이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삼성궁의 돌탑 쌓기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어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변화된 모습을 보고 싶다.

방대한 모습의 돌탑을 구경하고 나니 아쉬운 점은 봄이라 그런지 돌탑과 어울리는 꽃이 없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봄이면 꽃을 보고 싶어 찾아가고 찾아오는데 삭막한 느낌을 주니 안타까울 뿐이다.  

점심을 먹고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계곡의 풍광이 아름다운 대원사 계곡 둘레길이었다.  가는 길에 있는 ‘김다현 길’이 눈에 띈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서당이 있던 곳으로 어린 김다현이 트롯경연대회에서 놀라운 성적을 거두어 유명해진 덕분에 이 길이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하지만, 김다현 가족은 이곳에 살지 않고 충북 진천에 살고 있으니 아이러니 하다. 가는 곳마다 계곡에 바위들이 많고 흐르는 물들이 너무 맑고 깨끗해 한 폭의 풍경화처럼 아름다워 보였다.

관광버스에서 내려 대원사로 향하는 계곡 길을 따라 트레킹을 시작했다. 아내는 계단이 많아 무릎에 무리가 오기 때문에 밑에서 쉬기로 했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둘레 길은 데크로 된 구간과 계단이 많아 힘은 들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었다. 맑은 공기와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은 초록의 숲속이 나에게는 기쁨으로 다가온다.

데크 길이 끝나고 방장산 대원사의 일주문을 지나게 되었다. 세상에는 희망을, 마음에는 행복을 준다는 부처님 오신 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불을 밝혀줄 청사초롱이 길옆으로 줄지어 있었다.

방장산(方丈山)이라는 말은 지리산과 똑같은 말로 경상남도와 전라남도, 전라북도를 일컫는 큰 산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일주문부터 계곡의 경치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고 있었다.  일행들과 경치의 삼매경에 빠진 나는 힘든 줄도 모르게 대원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 입구에는 커다란 전나무 한 그루가 수호신처럼 오고가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시간이 없어 대원사 절 안으로는 가지 못했으나, 표지판의 설명을 빌리자면 신라 진흥왕 때 창건하여 부침을 계속하다가 여수. 순천 사건 당시 빨치산의 웅거를 우려한 진압군에 의해 다보탑을 제외한 대부분의 절이 소실되고, 1955년부터  만허당 법일 스님이 35년간 중창하여 지리산의 대표 비구니 사찰로 이르게 됐다고 한다.

시간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지인과 같이 유평마을까지 가보기로 했으나. 다리도 아프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이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첩첩 산골 유평마을을 보고 싶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버스가 있는 주차장까지 무거운 발걸음으로 내려와야만 했다. 산골의 계곡이라 그런지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오전에는 배달의 민족의 성지인 삼성궁을 둘러보고, 오후에는 대원사로 이어지는 계곡의 트레킹을 통하여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한 사람의 의지로 일구어 낸 삼성궁의 돌탑의 웅장함과 자연을 벗 삼아 아름다운 경치도 볼 수 있는 대원사로 이어지는 계곡길 탐방은 자연보호의 중요성도 알게 해준 소중한 체험의 시간이 되었다.

아내와 함께 한 오늘의 탐방은 더욱 의미가 크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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