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京都市)ㆍ오사카(大阪市)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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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京都市)ㆍ오사카(大阪市)를 가다
  • 염재균/수필가
  • 승인 2023.06.12 2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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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천 염재균/수필가
덕천 염재균/수필가

녹음이 짙어만 가는 6월 초순에 일본의 교토ㆍ오사카 지역으로 3박 4일간의 부부동반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10년 전에 현직에 있을 때 직원 연수로 다녀온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여행은 누구와 가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아내와의 해외여행은 지난 1월에 사돈 부부와의 베트남 여행에 이어 함께 하니 기대가 된다.

여행의 안내는 일본어를 잘하고 일본에 와 본 적이 많은 처형의 딸이 맡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은 일본어를 못하고, 그곳에 대하여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행의 첫째 날이다.  

인천 국제공항 터미널 청사 안은 어디론가 떠나가기 위한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코로나19가 해제되면서 해외로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번 여행을 같이 할 6명(지인 2명 포함)이 모여서 각자 가져온 간단한 음식으로 아침식사를 의자에서 해결했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면세점을 돌아다니며 아이쇼핑을 하며 비행시간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면세점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날씨가 너무나 좋아 즐거운 여행이 기대된다.

제주항공 비행기를 타고 2시간 만에 인공 섬에 지어져 있는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다. 바닷바람이 우리 일행들을 반기고 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드디어 일본 땅에 발을 디뎠다. 전철을 50여 분 타고 가니 종착지인 ‘난바역’에 도착했다.  일본 여행을 할 경우에는 전철 이용 시 조용하여야 하며, 이야기를 할 경우에는 작은 목소리로 해야 한다고 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예의가 몸에 스며 있다는 말일 것이다.  

전철에서 내려 한참을 이리저리 걸어가다 보니 우리가 묵을 숙소에 도착했다. 짐을 정리한 후 점심 식사를 오후 4시경에 예약이 되어있는 2층에 있는 쿠라스시 전문점으로는 올라갔다.

일행들은 배가 너무 고픈지 20여분 만에 초밥접시 47개를 먹는 기염을 토했다. 식사를 마친 후 관광객들이 많이 모이는 주변을 돌아다녔다.

서울에 있는 청계천처럼 한복판으로 물이 흐르는 거리를 걷고 또 걸어본다. 물에는 유람선이 관광객을 태우고 다니는 점이 다른 것 같다. 건물을 보다 보니 오사카 지역을 소개할 때 자주 등장하는 광고판의 한 장면을 따라해 보기도 했다.

볼거리가 많은 거리를 걸어 다니다 보니 발바닥이 하소연 하는 소리가 귓전을 맴돌고 있다. 피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저녁에 먹음직스런 꼬치와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저녁식사를 하며 피곤을 달래본다.

여행의 둘째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 베란다로 나가니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감싸고돈다. 얼큰하지도 싱겁지도 않은 일본의 라멘으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했다.  

교토. 오사카 지역을 여행하려면 여행권이 필요한데, 우리는 2일간 이용할 수 있는 ‘한큐 패스권’을 구입하여 사용했다. 교토로 가기 위해 전철을 탔는데 철로 옆으로 보이는 곳에는 교회와 성당 건물이 눈에 띄지 않았다. 

일본 국민들은 자신들의 조상신을 모시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자동차도 별로 다니지 않는 한산한 도로의 모습으로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이었다.

교통망이 잘 발달되어 전철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고 검소하게 생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나라는 환승이 별로 없고 이용 시마다 돈을 내야 한다고 한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우리나라의 교통정책에 반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짜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이야기가 풍자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교토에 도착하니 일본의 옛 수도답게 가옥들이 고풍스런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교토 여행의 대부분은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물이 맑은 절이라는 청수사(凊水寺)로 가기 위해서는 고택이 즐비한 거리를 걸어가야만 한다. 기모노를 입은 여인들이 많아 일본에 와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비탈진 골목길을 한참 걷다 보니 드디어 청수사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바라보니 교토 시내가 다 보이는 것 같다.

청수사를 구경한 후 오후에는 다시 오사카역으로 가 재래시장을 돌아다니며 쇼핑을 하며 생활상을 살펴봤다. 내리는 비는 사람들을 바쁘게 움직이게 한다.

오사카에서의 밤은 화려하기만 한 것 같다. 밤거리를 거닐며 우리들은 그 속으로 빠져들었다.

여행의 셋째 날이다.  오늘의 일정은 대나무 숲과 원숭이 정원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전철을 탔다. 전철을 타기 위해서는 많이 걸어야만 한다.

무릎관절이 좋지 않은 아내에게는 무척 힘들어 보였다.  먼저 대나무 숲 정원이 있는 곳으로 가는데, 이곳에도 많은 학생들로 인해 좁은 거리는 붐비고 있었다.

전통을 중요시하는 일본이라 그런지 사람을 태우고 가는 인력거가 눈길을 끈다. 군살이 없는 인력거꾼을 보니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청량감이 물씬 풍기는 대나무 숲은 힐링의 장소인 것 같다. 전남 담양에 있는 대나무 숲길 ‘죽녹원’과 비슷해 보인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비탈진 숲길을 따라 20여분 간 올라가는 곳에 있는 원숭이 정원이었다. 자연 상태라고 하지만, 관람객들이 주는 먹이에 길들어져 있어 야생성을 잃지 않을까 생각된다.  

먹이를 먹는 것도 철저한 서열이 존재해 힘이 약하거나 어린 새끼들은 근처만 맴돌고 있었다.

이번에는 시내버스를 타고 아름다운 정원과 지붕이 금으로 된 것이 특징인 금각사(金閣寺)를 찾아갔다. 입장권이 다른 곳과는 다르게 부적처럼 쓰인 글귀가 특이하다.

모두들 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바쁘게 움직인다. 오사카로 되돌아와 저녁에 우메다에 있는 옥상정원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화려하게 수놓은 야경을 감상했다. 야경은 감탄을 불러오게 하는 마력의 순간이었다.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오사카 성 입구에 도착하여 피곤에 지친 일행들을 위해 필자의 제안으로 미니열차를 타고 편안하게 주변의 경치와 성곽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철옹성 같은 이 성은 규모가 크고 어떻게 바위 같은 돌들로 성곽을 쌓았는지 오래된 은행나무는 알고 있는지 궁금증이 인다. 3박 4일간의 여행이 끝나가고 있다.

여행은 길 위의 독서(讀書)라고 한다. 역사를 배울 수 있고 깨달음을 알게 해주는 소중한 기회를 주기 때문은 아닐까?

여행은 집을 떠나는 순간부터 고생이 뒤따르게 된다고 한다. 그래도 사람들을  만나면 여행에 대한 정보도 교환하고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도 하니 좋은 것 같다.

이번 여행을 통해 느낀 점은,

이곳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가용보다는 전철과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와 같은 교통 혼잡이 발생하지 않는 것 같다. 전철을 타기 위해서는 많이 걷기 때문에 별도로 헬스장을 갈 필요가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헬스장이 우후죽순처럼 있는데, 이곳은 거리를 다니다 봐도 보이질 않았다. 허례허식보다는 실리와 예의를 중요시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보니, 동방 예의지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느껴지는 부부여행이었다.

아내와의 사랑과 존중, 그리고 배려를 배울 수 있는 여행이 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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