竊鉤者誅 竊國者爲諸侯(절구자주 절국자위제후)
상태바
竊鉤者誅 竊國者爲諸侯(절구자주 절국자위제후)
  • 장상현 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3.06.20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상현 전 인문학 교수

제 24편 : 竊鉤者誅 竊國者爲諸侯(절구자주 절국자위제후)의 교훈

(갈고리를 훔친 자는 죽임을 당하고, 나라를 훔친 자는 제후(諸侯/ 왕)가 된다)

본 내용은 장자(莊子)의 거협편(莊子 胠篋篇)과 사기(史記)에서 볼 수 있다.

비유로는 좀도둑은 큰 罰(벌)을 받고, 큰 도둑은 부귀(富貴)를 누린다는 의미가 되겠으며, 또한 법률 및 제도의 허구성이나 불합리함을 비유하기도 한다.

기원전 552년, 주(周)나라 사람 서기(庶其)는 자기 나라를 배신하고 노(魯)나라에 투항했다. 투항하면서 그는 주나라의 칠화(漆和)와 여구(閭丘)라는 두 성(城)을 노나라에 헌납했다. 노나라의 집정자인 계무자(季武子)는 크게 기뻐하면서 왕(王)의 고모를 그에게 시집보내서 아내로 삼게 하고 그 집의 모든 시종들에게도 큰 상(賞)을 내렸다.

마침 노나라에서 사구(司寇/나라의 소송과 치안을 담당)를 맡고 있던 장무중(臧武仲)은 계무자의 행위를 못마땅하게 여겨 기회가 있으면 충언(忠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노나라에는 도적이 많이 일어났는데 장무중은 도둑을 잡는 책임자이면서도 모른 척하고 그대로 방치했다. 그러자 계무자는 장무중을 불러서 엄하게 따졌다.

“도적이 횡행하는데 책임자인 자넨 왜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가?” 그러자 장무중은

“나라의 도적을 잡으면 안 됩니다. 또 제겐 도적을 다스릴 능력이 없습니다.”

계무자가 다시 물었다.

“나라의 국경은 적의 침략을 막으라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대 말대로라면 국경과 군사는 도대체 무슨 필요가 있단 말인가? 또 사구의 직책은 치안을 유지하고 도적을 징벌하는 것인데, 그대는 그 책임자로서 도적은 안 잡고 능력이 없다고 하는가?

이에 장무중은 말하기를 “맞습니다. 저의 직책은 도적을 다스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도적을 다스리고 있는 동안 우리나라의 어떤 사람은 외부의 도적을 끌어들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도적은 전례 없는 예우를 받고 있습니다. 그는 외부의 도적을 끌어들이면서 저더러는 국내의 도적을 막으라고 하니 제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계무자는 그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다시 물었다.

“누가 그런 대담하고 못된 짓을 한다는 말인가? 외부의 도적까지 끌어들이다니?”

“누가 감히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바로 당신이지요!” 그 말을 들은 계무자는 아주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장무중은 아랑곳하지 않고 되물었다.

“당신이 주나라 사람인 서기(庶其)에게 아주 후한 대우를 하고 있다는데 과연 정말입니까?” 계무자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것이 도적을 끌어들이는 것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장무중은 힘주어 대답했다.

“서기는 주나라의 성(城)을 훔쳐서 우리나라로 도주해 왔습니다. 그런데도 임금인 당신은 그 도적을 극진히 대우하셨습니다. 저는 높은 자리에 있는 자는 사람을 대할 때 항상 깨끗한 마음으로 차별은 두지 말아야 하며, 그 일거일동을 법도에 맞게 행하여서 백성들의 신뢰를 사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윗사람이 법률을 잘 지키는데 아랫사람이 지키지 않는다면, 그 아랫사람에게 징벌을 가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어느 누가 감히 그 법률을 어기겠습니까? 그 반대로 윗사람이 법을 무시한 채 제멋대로 행동한다면 누구의 힘으로도 막을 수 없습니다.”

장무중의 말을 들은 계무자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권세(權勢)나 돈이 많은 자들이 저지르는 부정부패(不正腐敗)를 법대로 처벌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들이 하는 일은 모두가 국민을 위한 것으로 포장되고 불법조차도 합리적인 정책으로 둔갑하여 국민을 기롱(欺弄)하는 큰 도둑이 되는 것이다.

어찌 되었던 나라라는 큰 물건을 훔치고 나서 그 나라와 백성들의 평안(平安)과 안녕(安寧)을 위하여 제 한 목숨 바친다면 그 도둑은 오히려 그야말로 왕(王)의 자격이 있는 도둑이고 내내 백성들의 칭송(稱頌)은 물론 역사에도 큰 인물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큰 도적들은 대부분의 혁명(革命)을 통해 새로운 나라를 건국한 자들의 말로는 백성을 학정(虐政)에서 구제하기 위하여 하늘의 뜻(민심)에 따라 전 왕조를 멸망시키고 그 나라를 훔쳐 새로운 지도자로 탄생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거기에는 수많은 불합리(不合理)와 불법(不法), 자기합리화(自己合理化)가 숨겨져 있지만 승자(勝者)의 찬란(燦爛)한 거짓에 가리어져 역사 속에 숨겨지고 마는 것이다.

사람들의 눈이 정말 밝아지면 세상은 어두울 게 없다. 또 사람들의 귀가 정말 밝아지면 세상은 시끄러울 게 없고, 사람들이 제대로 알면 세상에 미혹될 게 없다. 그리고 사람들이 제대로 일하면 세상이 혼란(混亂)스러울 것이 없다.
결국 사람들은 처음에는 그 기망(欺罔)에 현혹되어 그 도적의 편이 되지만 점차 실상을 알게 되고 그들의 의(義)롭지 못한 행동에 등을 돌리게 되며 새로운 지도자(指導者)를 갈구하게 되는 것이다.

고등학교 한문 교과서에 실렸던 노자(老子)의 도덕경 명구(名句)를 주목해 본다.

大道廢有仁義(대도폐유인의)/ 대도가 망가지니 인의가 있게 되고
慧智出有大僞(혜지출유대위)/ 지혜가 생겨나니 큰 거짓이 있게 된다.
六親不和有孝慈(육친불화유효자)/ 가정이 불화하니 효도와 사랑 필요하고
國家昏亂有忠臣(국가혼란유충신)/국가가 혼란하니 충신이 있게 된다.

지금 이 시대 上流旣濁下流難淸(상류기탁하류난청) 胥吏作奸無法不具(서리작간무법불구) 神姦鬼猾無以昭察(신간귀활무이소찰)

윗물이 이미 흐리니 아랫물이 맑기 어렵다. 아전들이 간특한 짓을 하는 데는 온갖 방법이 다 갖추어져 있어서 (그 방법이)귀신같이 간악하고 교활하니 밝게 살필 도리가 없다.(목민심서 호전6조 제3조 곡부 5)

목민심서(牧民心書) 중 위 내용에 해당되는 관료나 국가 지도자들이 많은 것이 심히 부끄럽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