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나누며 사는 갈마아파트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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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나누며 사는 갈마아파트 주민들
  • 김용복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7.0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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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복 칼럼니스트
김용복 칼럼니스트

1,980세대 6,100여 명의 주민들이 어울려 사는 갈마아파트에는 단지마다 어린이 놀이터가 있고 언제나 보아도 깨끗하게 청소된 공중 화장실이 있다. 그리고 주민들 가운데는 남매 환경미화원이 있는데 이들은 주로 불법으로 내 건 현수막을 제거하거나, 어린이 놀이터에 버려진 여러 가지 잡쓰레기들을 제거하여 어린이들이 마음 놓고 놀게 하고 있는 예쁜 손길들인 것이다. 그리고 어떤 아가씨는 강아지 목에 태극기 문양을 달고 나와 애국심을 드러내고 있다.

새벽마다 아침운동을 하는 필자는 언제나 이들과 마주치게 된다. 고마웠다. 고마움을 아는 분들은 필자뿐이 아니었다. 이곳 어린이 놀이터에 나오는 어르신들 모두의 마음이 같았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어느 할머니께서 이들을 대접하기 위해 감자를 삶아 내오셨다. 열무김치에 따끈따끈한 감자를 먹는 맛이란 바로 이웃과의 정을 나누는 기분 그것이었다.

감자를 삶아와 함께 나누는 모습 [사진=김용복]

재미난 나비 얘기 하고 넘어가자. 내 이웃 사람들과 비교해도 좋다. 

노랑나비와 흰나비가 나란히 있었다. 이상한 것은 노랑나비에게는 참 좋은 일만 일어나고, 흰나비에게는 늘 나쁜 일만 일어났다. 그래서 그런지 노랑나비는 늘 기뻐했고 흰나비는 늘 우울했다. 내 이웃 가운데도 그런 이웃이 있을 것이다. 

하루는 호랑나비가 훌륭한 봉사 정신을 가졌다고 인정받아 나비들을 대표해서 표창장과 상금을 받았다.

노랑나비는 그런 훌륭한 나비가 자기 친구라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흰나비는 자기보다 못한 것 같은 호랑나비가 상을 받은 것이 왠지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흰나비들을 모아놓고 모의를 했다. 어떻게든 저놈을 죽이자고. 그리고 대표라는 자를 시켜 마구 때리고 발길로 찼다. 

며칠간 계속 비가 와서 모두 집에만 갇혀 지내던 나비들이 햇빛이 나기 시작하자 밖으로 몰려나왔다. 오랜만에 만난 그들은 서로 그간의 안부를 묻고 인사를 나누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했다. 흰나비도 말했다.

"습기가 너무 차서 벽이 다 썩고 퀴퀴해서 못 살겠어. 웬 비가 그리 많이도 내린담."

노랑나비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이번 비에 비설거지도 하고 우리가 좋아하는 꽃들 좀 봐, 키가 껑충 날씬하게 커졌잖아."

위 이야기는 김인경의 '지치고 힘들 때 읽는 책'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같은 상황이지만 비 오는 것은 보는 관점에 따라 좋은 일도 될 수 있고 나쁜 일도 될 수 있다. 똑같이 바람이 불어와도 배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사람이 움직이는 돛이다. 돛이 어느 방향을 향하느냐에 따라 배의 방향은 결정된다.

풍선이 높이 날 수 있는 것은 풍선의 색깔이나 바람의 방향이 아니라 그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늘 부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은 생각이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강아지마저도 애국심을 발휘하고 [사진=김용복]

재미나고 교훈적인 이야기가 또 있다. 이 글은 내 소중한 자녀들을 위해서 하는 얘기다. 

공자가 하급 관리로 일하고 있는 조카 공멸에게 물었다.

"네가 일하며 얻은 것이 무엇이며 잃은 것이 무엇이냐?"

공멸이 대답했다.

"얻은 것은 하나도 없고 세 가지를 잃었습니다. 첫째는 일이 많아 공부를 못했고, 둘째는 보수가 적어 친척 대접을 못했으며, 셋째는 공무가 다급해서 친구와 사이가 멀어졌습니다."

그 후 공자는 공멸과 같은 벼슬을 살고 있던 제자 자천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자천이 대답했다.

"저는 잃은 것은 하나도 없고 세 가지를 얻었습니다. 첫째는 배운 것을 실행해 보게 되어 배운 내용이 더욱 확실해졌고, 둘째는 보수를 아껴 친척을 접대하니 더욱 친숙해졌고, 셋째는 공무의 여가에 친구들과 교제하니 우정이 더욱 두터워졌습니다."

나는 80평생을 살아오면서 절대로 누구와 싸운 적도 없거니와 싸워서 이기지도 않았다. 특히 제 아내 오성자와는 절대로 싸우지도, 싸워서 이기려고 하지도 않았다. 가장 미련한 자는 애들 엄마와 싸우는 자이고, 싸워서 이기려고 하는 자이며, 다음으로 미련한 자는 자기보다 못한 사람과 싸워서 이기려고 하는 자인 것이다. 보라. 지금 우리 이웃에 이런 사람이 있나를. 이런 이웃이 있다면 그런 자와는 멀리해야 자신의 올곧은 마음이 더럽혀지지 않는 것이다.  

갈마1동 주민센터에서 요가 배우고 있는 모습(요가 교사는 필자가 말하는 휴지 줍는 천사)
갈마1동 주민센터에서 요가 배우고 있는 모습(요가 교사는 필자가 말하는 휴지 줍는 천사) [사진=김용복]

인도 속담에 ​‘불행을 웃어넘길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다.

바닷물은 하루에 두 번씩 밀려왔다 밀려나간다. 불행과 행복도 밀물, 썰물처럼 나갔다가 또다시 들어오기를 반복한다. 손바닥으로 눈을 가리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내리면 세상이 다 보인다. 

이른 새벽부터 휴지 줍는 남매의 모습도 아름답거니와 그 남매를 돕기 위해 감자를 삶아온 손길이 아름다웠던 것이다.  

온종일 비가 내렸지만 행복하고 즐거웠다. 착한 심성의 딸이 전화를 걸어와 대화를 나눴기 때문이다. 

마음을 비우니 필자를 대하는 모든 이웃들이 아름답게 보였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코미디라고 누군가 말했다. 눈 가린 손바닥을 내리지 않으면 인생은 힘들고 심각한 것이다. 한마음 동산에 모여 삶은 감자를 나누는 어른들은 심성이 착해, 그들과 누님, 동생 하면서 나누는 대화도 행복한 대화다. 

곁길로 마감하자.

오는 7월 8일 (토) 오후 5시에는 이렇게 다정한 마을 주민들이 이곳 한마음 동산에 모여 '둘레길 걷기 대회와 작은 음악회'를 개최한다고 정관호 주민자치회장께서 알려왔다. 즐겁고 신나는 한마음 축제가 될 것이다.   

그래서 오늘 아침도 행복에 겨웠다. 달려가 휴지 줍는 손길을 꼭 잡아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성추행이 아닐 것이다.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벽마다 만나는 정다운 이웃들. 그들이 있기에 활기찬 하루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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