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뜨거움, 몹시 두려움
상태바
아주 뜨거움, 몹시 두려움
  • 이종근 시인
  • 승인 2023.07.05 20: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종근 시인

 

불볕더위라는 기상예보에 고양이는 꼼짝달싹도 못 하고 베란다에 놓인 텅 빈 화분만 물끄러미 바라보며 애잔한 눈길을 내어주고 있다

출타 중이라는 말을 장롱 속, 옷걸이에 걸어두고 낮과 밤을 얼음 동동 띄운 수박화채에 삼시 세끼를 둔 듯 바짝 엎드려 경계하고 있다

 

이러다간 날카롭게 곧춰 세운 열 발가락의 관절이 이내 괴로움을 타고 낮과 밤이 바뀐 경력 단절이 되겠다며 투정을 부리자,

아내의 손은 애써 고양이의 등짝을 쓸어주기만 하는데 어쩌다 식은 밥이 뜨겁게 데워졌는지 알다가도 모를 두려운 일과이다

 

실직과 구직, 상병과 치유

 

벌써 사나흘 넘긴 고비인데 내일도 모레도 바깥공기에 마른장마에 고양이 눈알처럼 아주 뜨겁게 붉다

고양이 발톱의 관록이 텅 빈 화분을 할퀴듯 몹시 두렵고 냉혹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