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으로 정을 나누는  한마음 동산.
상태바
커피 한 잔으로 정을 나누는  한마음 동산.
  • 박미경
  • 승인 2023.07.08 20: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미경[사진=광장21]
박미경[사진=광장21]

 

너무 진하지 않은 향기를 담고

진한 갈색 탁자에 다소곳이

말을 건네기도 어색하게

너는 너무도 조용히 지키고 있구나

너를 만지면 손끝이 따뜻해

소리 없는 정이 내게로 흐른다......

 

이 노래는 70년대를 풍미한 노고지리의 ‘찻잔’이란 노래다

아마도 6,70년대 사람들이라면 다들 들어본 노래일 것이다

어느 날 문득 커피 공부를 하고 있는 친구가 “커피는 너에게 있어 뭐라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글쎄,,,,

거기에 대한 답변을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커피란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깨워준 것이 왕자님의 뜨거운 키스였고, 또한 잠자고 있던 나의 오감을 깨워준 마법의 묘약 같은 것”이라고. 이유는 간단했다.

첫 번째는 너무 진하지도 엷지도 않은 그윽한 향기로 나의 후각을 깨워주고

두 번째는 쌉쌀한 맛과 떨떠름한 쓴맛의 조화를 느끼게 하는 미각을 깨워주고

세 번째는 커피콩이 잘 볶아지는 타닥타닥 소리의 청각을 깨워주고

네 번째는 거칠거나 곱게 갈린 커피를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촉각을 깨워주고

마지막 다섯 번째는 악마의 유혹을 느끼게 하는 검정색의 시각을 깨워주는 것 아닐까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 삶의 인간관계의 만남의 시작이나 끝도, 내 삶을 돌이켜보는 그 시간에도 커피는 항상 같은 자리에 있었던 거 같다

 헤어짐의 이별도 커피 한 잔에 담겨있고, 처음 만나는 시작도 커피 한 잔 나눔에 담겨있으니 말이다.

우리 갈마아파트 주변에 ‘한마음 동산’이란 어린이 놀이터가 있다. 이 놀이터가 새벽엔 어르신들의 놀이터로 활용되는 것이다.

 나는 새벽마다 우리집 반려견 ‘인티’를 데리고 공원에 산책을 간다.

그곳에 가면 항상 운동 나오신 어르신분들을 볼 수 있다. 80을 넘기신 분들로 홀로 사시는 분들이라 했다. 그리고 이곳엔 이동 커피숍이 있다.

어르신 가운데 매일 커피를 준비해서 한 잔씩 타서 나눠주시는 선생님이 주방장이시다.

오늘은 사모님께서 옥수수도 삶아 오셨다. 반 토막으로 잘라 나눠주시는 손길이 커피향 만큼이나 향기롭고, 모습 또한 정겹게 보였다. 황혼길에 들어선 아름다운 어르신들의 모습이다.

나도, 그 한 모금의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어르신들께서 그동안 살아온 경험담과 자손들과의 관계를 이야기 들을 때마다 부모님께 잘못해드린 점이 부끄러움으로 다가온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작지만 공원에서 종이컵으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삶, 이게 행복 아닐까...?

혹자는 커피가 발암물질이라고 하지만 나는 공원에서 마시는 종이컵의 믹스커피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활력소와 기쁨과 행복으로 느껴진다

어제부터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오늘은 커피 한 잔 타서 차창가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커피향 취해 나만의 사색에 잠겨봐야겠다. 그리고 내일 새벽.

내일 새벽에는 내가 커피를 타들고 가야겠다. 부모님같은 어르신들을 위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