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不正腐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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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부패(不正腐敗)
  • 장상현 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3.07.1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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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 전 인문학 교수

제 26편: 부정부패(不正腐敗)는 도적(盜賊)을 부른다.

옛 문헌⟪사기(史記) 공자세가편(孔子世家篇)과, 공자가어(孔子家語), 순자(荀子)의 유좌편(宥坐篇)⟫에 이런 말이 기록되어 있다.

‘⟪內貪外廉 詐譽取名 竊公爲思 令上下昏 飾窮正顔 以獲高官 是謂盜端

  (내탐외렴 사예취명 절공위사 영상하혼 식궁정안 이획고관 시위도단)⟫’

곧 속으로는 탐욕스러우면서도 겉으로는 청렴결백(淸廉潔白)한 척하며, 거짓말을 하여서 공(功)이 없는 데도 명예(名譽)를 얻고, 조정의 벼슬(官爵)을 제멋대로 행사하여 생색을 내어 사람들에게 은혜를 느끼게 하며, 위(상관)와 아래(부하)를 속여 상하(上下)가 서로 사정(事情)을 통치 못하게 하고, 자기 몸을 꾸미고 정직(正直)한 체하는 낯을 하여 고귀(高貴)한 벼슬(官爵)을 획득한다. 이것을 도적(盜賊)이 일어나는 단서(端緖)라고 이른다.⟪육도삼략(六韜三略), 삼략편, 파벌(派閥)은 망국(亡國)의 근본⟫

❋ 內貪(내탐) :탐욕한 마음을 품는 것.  外廉(외렴) :청렴결백한 척하는 것. 詐譽(사예) :거짓말하여 공이 없는 명예를 얻는 것.  飾窮(식궁) :거짓으로 공손한 체 하는 것. 正顔(정안) :겉으로는 정직한 체하는 것

윗글은 간사(奸詐)한 신하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속으로는 실로 탐욕하기가 이를 데 없으면서도 겉으로는 청렴결백(淸廉潔白)한 체한다. 겉보기에는 청렴한 것 같은데. 거짓으로 속여 명예를 얻게 된다. 그렇게 된 후 이제 나라의 공공물(公共物)을 훔쳐 백성들에게 베풀고는 크게 생색(生色)을 내어 은혜를 베푼 척한다. 그리고 위(上)나 아래(下) 사람들의 눈과 귀를 혼미(昏迷)하게 만들어서 서로 정을 통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리고 나서는 몸을 꾸미고 낯을 바르게 하여 거짓 점잖은 탈을 쓰고 고관대작(高官大爵)의 자리를 차지한다. 이것이 도둑의 배짱을 가진 신하(臣下)이다. 따라서 그 나라에는 도적이 크게 일어나게 될 터이니 그래서 도적의 단서라고 한 것이다.

중국의 소정묘(少正卯, ~ BC 496)는 춘추시대 말기 사람으로 노(魯)나라 정공(定公) 때 대부(大夫)를 지냈다,(대부는 자기 영지를 소유한 막강한 권력을 가진 귀족의 신분이다.)

기록에 의하면 노나라 정공(定公) 14년(BC 496)에 공자는 나이 56세에 대사구(大司寇/지금의 검찰과 재판을 맡는 수장)가 되었으며 이에 공자는 사회혼란을 바로잡고 국가의 기강을 세우기 시작했다.
공자는 대사구가 된 지 7일이 되는 날 큰 사건이 일으켰으니 곧 나라의 기강(紀綱)을 문란(紊亂)시켰다고 하여 소정묘를 잡아들여 죄를 묻고, 그를 즉결처분으로 처형하여 그 시체를 3일간 궁정(宮庭)에 내다 걸었다.

우리는 보통 공자라 하면 인(仁)과 예(禮)를 숭상하는 그냥 순박한 성인(聖人)으로만 생각하는데 그런 공자가 대부의 사형 집행을 직접 지휘했으며, 그 무리들 또한 일벌백계(一罰百戒)로 다스렸다.

이 사건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공자의 제자인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걱정스러워하면서 물었다.
"소정묘는 노나라에서 꽤나 이름 있는 대부인데 지금 스승님께서는(대사구의) 정사를 행하시면서 처음으로 그의 목을 베었습니다. 혹시 너무 지나치신 것 아닙니까?"
그러자 공자는 다음과 같이 답을 했다.
“앉거라, 내 너에게 그 이유를 말해주마. 천하에 큰 죄악이 다섯 가지가 있으니 절도(竊盜)의 죄(罪)는 거기에 들어가지도 않는다.(天下有大惡者五而竊盜不與焉/천하유대악자오,이절도불여언)” 천하의 큰 죄 다섯 가지는....
첫 번째 마음이 비뚤고 험악한 것(一曰 心逆而險(일왈 심역이험),
두 번째 행실이 괴팍하고 고집스러운 것(二曰 行僻而堅(이왈 행벽이견),
세 번째 말을 거짓말로 변명하는 것(三曰 言僞而辯(삼왈 언위이변),
네 번째 기록이 추잡함에도 많이 아는 척하는 것(四曰 記醜而博(사왈 기추이박),
다섯 번째는 순리를 따르지 않으며 은혜를 베푸는 척하는 것(五曰 順非而澤(오왈 순비이택)이다.
이 다섯 가지 죄는 그 중 한 가지라도 그 사람에게 있으면 군주로 부터 주살(誅殺)을 면하지 못하는 것인데 소정묘는 그 다섯 가지를 모두 겸하고 행동하였다.
거기에다 그는 거처에 무리를 모아 패거리를 만들었으며, 그의 말은 칭찬으로 꾸며 대중을 현혹했으며, 그 행실은 억지(抑止)와 포악(暴惡)으로 옳은 길(正道)을 거스르고 제멋대로 굴었으니, 이런 사람이야말로 간악(奸惡)한 놈이니 제거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즉 공자는 소정묘가 죽음을 당한 까닭은 ‘5대 악’을 겸하여 행하고, 거기다가 도당(徒黨)까지 만들어 대중을 현혹해 가며 체제에 반항하는 ‘소인(小人)의 걸웅(桀雄)’이므로 주살함이 당연하다는 것이었다.
즉 나라의 정사(政事)를 어지럽힌 악행을 행한 이유로 형벌에 처해졌다.

사회(社會)에 악(惡)을 끼치는 행위는 도적(盜賊)보다 더 간악(奸惡)한 자만이 할 수 있는 짓이다. 거기다가 무리를 지어 대중(大衆)을 속이고, 권력(權力)이나 명예(名譽)를 차지하여 사회의 정의로움을 해친다면 이는 무거운 중형의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

어떤 나라이던 나라가 어지럽고 망할 무렵에는 반드시 이러한 신하가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 인성교육이 사라진다고 한다. 자기보다 남을 더 생각하고 개인의 이익보다 국익과 사회질서의 회복이 더 중요함의 가르침이 사라져 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범죄는 점점 많아지면서 그 잔혹함이 도를 넘고 있다. 거기다가 죄를 짓고도 반성은커녕 오히려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현실이 지극히 안타깝기만 하다.

‘부정부패(不正腐敗)’와 ‘오대악(五大惡)’! 반드시 퇴치해야 되는 국가적 처리 우선순위의 첫 번째가 되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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