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시집 ' 일상 그리고 바둑 검도 커피 '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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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시집 ' 일상 그리고 바둑 검도 커피 ' 발간
  • 박선희 기자
  • 승인 2023.07.22 2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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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시인과 시집 표지 [사진=오늘의문학사]

김근태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일상 그리고 바둑 검도 커피>(오늘의문학사)가 발간됐다. 오늘의 문학 시인선으로 발간된 이 시집은 저자의 서문, 1부 일상, 2부 바둑 검도 커피, 3부 또 일상으로 구성했다.

2006년 월간 <스토리문학> 6월호의 신인상에 당선돼 등단한 김근태 시인은 서문에서 특색이라도 있어야 너무 늦은 걸 조금이나마 만회할 수 있을 것 같아 구성을 좀 별나게 해보았다며, 1부, 3부는 일상과 관련된 작품들, 그리고 그 사이에 바둑, 검도, 커피와 관련된 작품들만 모아 놓은 2부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 서평(문학평론가 리헌석) 

#1

죄 없는 외아드님 돌아가시게 해놓고

소원 들어 달란다.

언제부터 철면피였을까 우리는

-김근태 시 '기도' 전문

 

김근태 시인은 가톨릭 신자입니다. 세상의 특정 조류에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소유자입니다. 흔들린다기보다는 사물의 이치와 신앙의 진정성을 궁구(窮究)하며, 그 본질에 이르려는 몸짓과 마음짓을 보입니다. 죄 없는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히게 해놓고, 우리는 그분에게 소원을 들어 달라고 간청합니다. 이것은 얼마나 철면피스러운 일이냐고 깨닫는 것만으로도 그의 생각이 염결하고 순정한 정서에 닿아 있습니다.

 

#2

야!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몰라?

 

알아! 안다니까!

좀 조용히 좀 합시다

-김근태 시 '향혈' 일부

 

김근태 시인은 아마추어 바둑 유단자입니다. 그러나 바둑을 두다 보면 자기만큼도 두지 못하는 아마추어들이 쉬지 않고 훈수를 둡니다. 그때 시인은 훈수꾼의 목을 쳐서 도자기에 그 피를 뱓아놓았다는 ‘향혈’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그의 향혈은 비어 있습니다. 바둑 두는 수준이 아직 답답해서 누군가 훈수를 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자성의 의연함을 작품에 담습니다.

 

#3

칼을 휘두른다

아니다

마음을 휘두른다

-김근태 시 '검도장에서' 일부

 

김근태 시인은 검도 유단자입니다. 입단을 한 후에도 열심히 정진하였기 때문에 고수의 반열에 올랐을 터인데, 그는 승단 심사에 필요한 재력이 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검도 유단자로서 검도의 진실과 내면의 진실을 결합하여 잠언(箴言)과도 같은 시를 빚습니다. 칼을 휘두르는 것은 마음을 휘두르는 것이니, 마음 씀씀이를 조심해야 함을 스스로 터득하여 작품에 투영합니다.

 

#4

공부하는 아들의 잠 쫓는다고

커피 타 주시더니

 

당신의 잠은

쫓지 못하셨다

 

걸핏하면 졸던 아들보다

먼저 잠드신 어머니

― 김근태 시 '어머니의 커피' 일부

 

김근태 시인은 자칭 커피 마니아인 것 같습니다. 그 바탕은 학창 시절에 잠을 쫓기 위하여 마신 커피, 졸릴 만하면 어머니가 타오신 커피를 마셨기 때문에, 그 습성에 인이 배긴 것 같습니다. 일반 커피에 대한 작품과 달리, 아들의 잠을 쫓기 위해 타오시던 어머니가 당신의 잠(소천)은 쫓아내지 못하신 채 하늘나라로 떠납니다. 한 잔으 커피에서 시인을 위해 살신성인(殺身成仁)하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정서가 오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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