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산성지 성당에서   
상태바
진산성지 성당에서   
  • 조광연 수필가
  • 승인 2023.07.23 07: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광연 수필가 [사진=문학사랑]

진잠 성당에서 함께 하던 교우 세 부부와 함께 금산군 진산면 지방리에 있는 진산성지 성당에 순례 차 왔다.
진산성지는 한국 천주교의 밀알인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복자 권상연 야고보가 순교로써 신앙을 증거한 의미있는 성지이다. 이들은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심할 때 배교를 거부하고 순교를 택한 한국 최초의 순교자분들이시다.
몇년 전에 이곳에 왔을 때 성지를 복원 개발하고, 성전도 새로 지을 계획이라는 말을 들었었다. 그리고 얼마동안 잊고 지내다가 이번에 온 것이다. 와 보니 새 성전을 웅장하고도 예쁘게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전 앞 쪽에 은퇴 신부님들이 생활하는 사제관이 있고, 실개천 건너에는 넓다란 주차장이 조성돼 있었으며, 계곡도 잘 정리되어 있다. 마무리 공사는 덜 되었지만 성지 성당으로 면모를 갖춰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입구에 있는 머릿돌을 보니 2022년 4월에 착공해서 2023년 5월에 준공된 것으로 돼 있다. 불과 1년여 만에 준공을 한 것이다. 이 성당 야고보 신부의 열정과 추진력을 알고 있기에 이상할 것은 없으나, 하여간 추진력 등은 알아주어야 할 것 같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에도 서슴없이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고 지원을 이끌어 냈다 한다.

야고보 신부는 '성지 개발  복원 전문 신부'로 별칭이 붙을 만큼 열정과 추진력이 대단한 신부이다.
(성지 개발에 앞서 각 지역 성당을 돌며 가정에서 필요한 물건을 팔기도 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절절한 강론은 듣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자아 내 물건도 구입하고 후원도 많이 이끌어 내는 신부이다.)
하느님께서 그에게 특별한 소명과 능력을 주신 것이 아닌가 싶다.

시골에 있는 성당인지라 그 지역의 신자는 얼마 안 될 터이고 주일마다 다른 지역의 신자들이 단체로  성지순례 겸 이곳을 찾아 미사를 드리고 있는 것 같다. 오늘은 대전 유천동 성당에서 280여 명의 신자들이 와, 다음 미사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거룩한 분위기 속에서 미사가 시작됐다. 미사에 참여한 신자가 대략 100여 명은  될 듯싶다.
신부의 강론시간, 말씀 중에 '새벽 네 시 장례식'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는다.

미국의 어느 도시, 한 사람이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변호사를 불렀다. 그에게는 재산을 물려줄 상속자가 없었다. 변호사에게 이르기를 '내가 죽으면 꼭 새벽 네 시에 장례식을 치러주시오. 장례식이 끝날 시간에 이 유서를 개봉하고 그대로 해 주시오.' 라고 부탁했단다. 새벽 네 시에 장례식이 치러지고 그에게는 많은 친구와 지인들이 있었으나 어차피 친구는 죽었고 새벽 네 시에 일어나 장례식장에 가려니 귀찮아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다. 장례식에는 불과 네 명의 친구만이 참석했다. 장례식이 끝날 무렵, 유서를 개봉해 보니 자기 전 재산을 참여한 친구에게 고르게 나누어 주라는 내용이었다. 남겨진 재산이 어마어마했다.

엉겁결에 거액의 재산을 물려받게 된 친구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이 재산 모두를 사회에 환원하기로 뜻을 모았다. 고아원을 짓고 도서관을 세웠다는 참 아름다운 이야기다. 이어지는 신부님의 말씀, 네 부류의 친구 이야기,

첫째, 꽃 같은 친구, 둘째 저울 같은 친구, 셋째, 산 같은 친구, 넷째, 땅 같은 친구의 이야기다.

꽃 같은 친구는 도움이 안 될 것 같으면 바로 등을 돌리는 친구를, 저울 같은 친구는 나에게 도움이 될지 안될지 저울질하는 친구, 산 같은 친구는 변함없이 늘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을 품어주는 친구, 마지막으로 땅 같은 친구는 모든 것을 품어주고 싹을 틔워 키우고 결실을 맺게 하는 친구를 말함이라는 것이다. 잠깐 동안이지만 이 말을 듣고 많은 생각을 하며 나는 어디에 속할까 생각에 잠겼다.

혹시 나도 꽃 같은 친구, 저울 같은 친구가 아닐까? 글쎄! 나를 되돌아본다. 어려웠던 시절에도 꽃 같은 친구, 저울 같은 친구가 돼 본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싹을 틔우고 길러내서 결실을 맺게 하는 '땅 같은 친구'까지는 아님을 잘 안다. 그럼 '산 같은 친구'일까? 변덕스럽지 않고 쉽게 휩쓸리지 않으며 나름 혼이 있으니 점수를 좀 후하게 준다면 '산'이라 할 수도 있겠으나 모든 것을 품어주지 못하니 깊고 큰 산은 못 되는 것 같고, 얕고 조그만 야산이라 해야 할까?

평가는 남이 하는 것이니 나 자신이 이런 평가를 하는 것도 사실 우스운 일이다. 내 주변에 산 같은 친구, 땅 같은 친구가 몇이나 될까?  아니, 아니, 그런 친구를 찾기 전에 내가 먼저 산 같고 땅 같은 친구가 돼야 하지 않을까? 쉽지 않겠지만 노력이라도 해 보리라 마음먹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