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마음 놓고 아플 수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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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마음 놓고 아플 수 있는 이유
  • 김용복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8.04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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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복/칼럼니스트[사진=광장21]
김용복 칼럼니스트[사진=광장21]

생을 받은 우리 인간들이 마음 놓고 아플 수 있는 이유는 의사나, 간호사, 간호조무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인간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난 귀한 분들이다. 누구나 병원 문을 들어설 때는 두려움이 앞선다.

그러나 이들이 친절한 미소로 맞아주면 마음이 편해지고 마음이 놓이게 되는 것이다.

 

  2023, 08, 02(수) 17시30분

가슴이 뻐근함을 느껴 가까운 내과를 찾았다. 그랬더니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늦은 시간이기에 큰 병원 응급실로 가라”고 소개서를 써주며 권해 주기에 둔산동에 있는 ‘을지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내 발로 걸어서 갔던 것이다. 늦은 시간이지만 응급실이기에 돌려보낼 수가 없었을 것이다.

어수선했다. 119구조대원들이 응급환자를 싣고 와 입원시키는 모습도 보이고, 침대에 누인 채 여기저기 분주히 오가는 모습이 ‘응급실’ 모습 그대로였다.

어떻게, 어디에 가서 접수하는지 몰랐다. 모두들 바쁘게 돌아가기에 자기 발로 걸어온 사람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런데 다가와 말을 걸어주는 천사가 있었다. 가슴에 달고 있는 명찰을 보니 '임윤아' 간호사였다. 그의 친절을 대하는 순간 바로 마음 놓고 아픈 몸을 맡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가 입원하러 왔다고 하니 모두가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그래서 나의 심근경색 시술이 2박 3일 동안 이루어졌던 것이다.

나는 생로병사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불교에서 사용하는 말이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들 인간의 삶을 ‘고통’이라는 부정적인 말로 생각들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모태에서 태어나는 것도 고통, 세월이 흘러 늙는 것도 고통, 그리고 병들거나 죽는 것도 고통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면, 사람이 태어나고(生), 자라고(長), 늙고(老), 죽는 것(死)은 자연의 이치이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것은 고통이 아니라 생을 받은 우리 인간들 삶의 참된 모습이며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축복인 것이다.

중환자실은 인간 세상에서는 지옥과 같은 곳이기도 했다.

필자가 입원했던 중환자실도 업무량이 과중하고 여러 곳에서 기계가 경고음을 울려대기 때문에 정말 필자처럼  의식이 있는 채로 장기간을 입원하게 되면 견디기 힘들 정도가 된다. 그런데도 이들 의사들과 간호사, 간호조무사들은 잘도 견디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중환자실에는 의식이 없는 환자들이 반, 깨어있더라도 제정신이 아닌 인사불성 환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이곳이야말로 병든 모든 이들에게는, 특히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중환자들에게는 매우 소중한 곳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 중환자실은 생명이 위독한 환자들의 생명을 유지시키고 중요한 장기들의 손상을 최소하기 위해 집중 치료가 시행되는 곳이기에 기본 간호 업무는 물론, 기도 유지 간호, 인공호흡기 간호, 혈역학적 모니터링 간호, 심폐소생술 등을 능숙하게 제공하는데 거기에 간호사들의 ‘친절’이 플러스되어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심장내과 중환자로 일반 내과 환자들과 함께 내과 중환자실에서 2일 동안 치료받았다. 밤을 새워 환자들의 대소변은 물론 아파서 지르는 고통소리까지도 들어가며 일하는 곳이 바로 이곳인 것이다.

중환자실은 보호자의 접근이 차단되어 있고 교수는 회진할 때만 오는 경우가 많아서 대부분의 시간에는 전공의와 간호사가 환자를 돌보는데 필자는 내 발로 찾아가 입원한 환자이기에 중환자실에 입원은 돼 있지만 중환자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들의 모습을 빠지지 않고 보고 들었던 것이다.

 한마디 더하고 결론을 맺자.

우리나라 건강보험체계가 너무 고맙게 잘 되었다는 것이다.

응급실에서 몇 차례 검사하고, 중환자실에서 심근경색 시술을 받기까지 모든 의료비와 간호사들의 친절 서비스까지 합쳐서 의료비가 30만 원도 안 되었다.

이는 국민건강 보험공단은 물론 국가에 대한 고마움인 것이다. 퇴원해 나오는 발걸음이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마음 놓고 아플 수 있는 이유인 것이다.

발길을 돌려 다시 중환자실로 달려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들의 친절이 눈에 아른 거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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