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 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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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깨 꺾기
  • 김옥순/시인
  • 승인 2023.10.12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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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순 시인[사진=김옥순]
김옥순 시인[사진=김옥순]

 

끝난게 끝난 게 아니다
깨보다 풀이 더 많은 들깨밭

낫질 뿐만이 아니라
일이 서투른 우리부부

풀이 엉킨 깨를 꺾자니
참 이만저만 난감한 게 아니네
게으른 농부의 결과물이다

나흘에 걸쳐
깨를 꺾은 건지
허리를 꺾은 건지

오늘 드디어 마치고
그대로 마루에 뻗었다

둘은 연실
농삿일을 어떻게 평생하고 사셨나를 입에 달고 있다

밥도 먹기 싫단다 울남편
그래 그냥 자자

씻고 말 없이 이불 둘둘말고 누웠다
으실으실 추워진다 몸이.
이러단 내일 출근도 못하지싶다

"깨 팔면 일당 톡톡히 쳐줄 게 여봉! "
보상이라도 있어야 일 할 맛 나지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일어나 쪼르르
밥상을 차려준다

삼겹살 구워서
쐬주 한 잔 꼴딱
몸이 좀 녹는다

말려서 깨를 털 일이 또 끔찍하다
행복한 투정이라 하실까나

농삿 일 참 힘들다
끝난 게 끝난 게 아니다 아직

비가 온다네
널어놨는데. 음 ..

들깨 수확 모습[사진=김옥순]
들깨 수확 모습[사진=김옥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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