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자지어(晏子之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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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자지어(晏子之御)
  • 장상현 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3.10.23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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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 전 인문학 교수

제32편: 안자(晏子/ 제나라 재상)와 그의 마부(馬夫) 그리고 마부의 부인(婦人)

 

본 내용은 안자지어(晏子之御)라는 고사성어로 잘 알려져 있다.

출전은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관안열전(史記, 管晏列傳)에 기록되어 있다.

안자(晏子)는 본명이 안영(晏嬰)이며, 춘추시대 제(齊)나라에서 영공(靈公), 장공(莊公), 경공(景公)의 삼대(三代)에 걸쳐 재상을 역임한 명신(名臣)으로 자(字)는 중(仲)이다. 흔히 안자(晏子)란 존칭(尊稱)으로 불리어 진다.

안자는 키가 6척으로 당시 기준에서도 너무 작은 키였다. 가족들도 그가 태어났을 때 병약(病弱)해서 살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잘 살아가자, 아버지 안약(晏弱)이 그에게 약하다는 뜻인 영(嬰, 갓난아이/ 연약하다)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본 고사는 두 가지를 비유할 수 있는데, 하나는 변변치 못한 지위(地位)를 믿고 우쭐대는 기량이 작은 사람에 대한 비유이다.

또, 권력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남들에게 오만방자(傲慢放恣)하게 구는 어리석은 자에 대한 경계(警戒)이다.

안영(晏嬰)은 지혜로운 정책으로 제나라를 부강(富强)하게 만든 사람이지만 안영이 백성들에게 존경받는 진짜 이유는 검소(儉素)한 생활과 겸손(謙遜)한 행동 때문이었다.

어느 날, 안영이 급하게 볼일이 생겨 마차를 준비시켰다. 마부(馬夫)는 신이 나서 행차할 준비를 했다. "내가 고함칠 때마다 사람들이 머리를 조아리니까 괜히 으쓱해진단 말이야!" 마부는 벌써부터 목을 꼿꼿이 세우고 한껏 우쭐거렸다. 특유의 오만함이 저절로 나오는 태도이다.
"물럿거라! 제(齊)나라 재상(宰相)께서 행차하신다!"

마부(馬夫)가 신이 나서 소리치자, 백성들은 얼른 길옆으로 비켜나 머리를 조아렸다.

"흥, 무식한 것들!" 마부는 채찍을 휘두르며 코웃음을 쳤다. 자신의 고함소리에 꼼짝없이 머리를 조아리는 백성들이 우스웠기 때문이다. "도대체 방금 지나간 마차 주인이 누구야?" "안영(晏嬰)나리의 마차인 듯한데, 하는 행동을 보면 꼭 저 마부가 주인 같구먼." 마차가 지나가자 백성들은 머리를 맞대고 수군거렸다.

어느 날 안영의 마차는 마부가 사는 동네를 지나게 되었다. 마부의 아내는 자랑스러운 남편의 모습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마차가 오는구나. 어디 우리 남편 일하는 모습 좀 볼까?" 마부의 아내가 남편을 보러 나왔다. 그런데 마차를 보는 순간, 아내의 얼굴이 이내 굳어졌다.

그날 저녁, 남편이 들어오자마자 아내는 대뜸 소리를 질렀다.

"이제 당신하고는 함께 살 수가 없어요! 당장 떠나겠어요!" 느닷없는 아내의 호통에 마부는 "그게 대체 무슨 소리요? 떠나겠다니, 못 살겠다니?"라고 반문하자 아내가 쌀쌀맞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토록 유명하신 안영 나리께서는 겸손하기 이를 데 없이 마차에 앉아 계시더군요. 너무 겸손해 저절로 존경심이 우러나올 정도였지요. 그런데 당신은…"하고 말하자 마부는 "내, 내가 뭘 어쨌단 말이오?"라고 말했다.

아내는 "겨우 남의 마부로 일하는 사람이 마치 재상이나 된 듯 우쭐대는 꼴이라니! 그 모습이 얼마나 우습고 부끄러웠는지 앞으로 동네사람 보기에 창피해서 당신과 어떻게 살겠어요?"

아내의 호된 꾸지람을 들은 마부는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의기양양했던 자신의 모습이 남들 보기에는 얼마나 가소로웠을까 생각하니,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그 후부터 마부는 사람이 싹 달라졌다. 마부가 달라진 것을 느낀 안영은 그 까닭을 물었고, 자초지종을 듣게 된 안영은 그를 가상히 여겨 벼슬자리까지 천거해 주었다.

그 뒤로 턱없이 우쭐대는 어리석은 사람을 빗대어 안자지어(晏子之御)라고 부르게 되었다. 안자지어라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들어 있다. 첫째는 권력을 등에 업고 남들에게 오만방자하게 구는 어리석은 자들에 대한 경종(警鐘)이며, 둘째는 안영의 태도로써, 자신이 가진 권력이 백성으로부터 나오며, 그 권력은 백성에게 아무리 겸손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획득된 권력(어떠한 권력이든)을 개인의 영달이나 욕심을 위해 사용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요즈음 우리 사회는 자기가 마땅히 해야 할 의무와 책임을 큰 권력으로 알고 오만방자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공무원은 사실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자기 직분을 수행해야 되는데 민원 해결보다는 자기의 권한 행세에 더 비중을 두는 것 같다. 말단 공무원들도 그런데 하물며 높으신 위정자(爲政者/정치하는 분)들의 행태는 어떠하겠는가? 국민을 우습게 보고 함부로 막말과 속임수로 일관하니 국민으로부터 비난을 받는 경우가 끊임없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채근담에 '待人春風 持己秋霜(대인춘풍 지기추상)'이라고 했다. 곧 '남을 대하기를 봄바람(따뜻함)같이 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와 같이 엄하게 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제갈량은 계자서에서 "君子之行静以修身儉以養德(군자지행정이수신검이양덕), 군자(君子)는 고요함으로 자신을 수양하고, 검소함으로 덕(德)을 키운다."고 했다

백성들은 매우 순수해서 위정자들이 말을 아끼면 흔들리지 아니하고, 약속을 하지 않으면 기대하지도 않으며, 거짓말을 아니 하면 분노할 일이 없다. 그저 묵묵히 자기 할 일이나 하면서 살아갈 뿐이다.

현대사회는 과학의 발달로 생활 자체는 대단히 편리해졌지만, 겸손과 양보는 오히려 예전만 못하다. 특히 권력의 선상에 있는 사람들의 행태는 인격자로 인정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때도 있으니 안자마부의 행실을 배워야 한다.

국민을 속이고, 우습게 보고, 우롱하고, 나아가 겁박하고, 꼼수까지 서슴지 않으니, 하늘의 노함을 어찌 감당하려는지 답답할 뿐이다.

또한 안자 마부의 부인(婦人)의 지혜 또한 높이 평가함은 물론, 그 충고를 그대로 받아들여 자신의 잘못된 습관을 과감하게 고치는 마부 또한 도량이 넓은 사람이다.

가정(家庭), 사회(社會), 나아가 국가(國家)는 안자, 마부, 마부의 부인처럼 서로를 충고해 주는 완벽한 조화를 바탕으로 유지되고, 발전되고 있음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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