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知三惑(사지삼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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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知三惑(사지삼혹)
  • 장상현 전 인문학교수
  • 승인 2023.12.04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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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 전 인문학 교수
장상현 전 인문학 교수

제 35편 四知三惑(사지삼혹) : 양진(楊震)이 야밤중에 황금(黃金)을 받지 아니하다

❍글자 : 楊(버들 양), 震(벼락 진), 暮(저물 모), 夜(밤 야), 却(물리칠 각), 金(쇠 금)
❍출처 : 후한서(後漢書)의 양진전(楊震傳)과 십팔사략(十八史略)
❍비유 : 청렴한 선비 벼슬아치, 또는 도덕심이 강한 훌륭한 군자를 비유함

고금(古今)을 막론하고 청렴결백(淸廉潔白)한 관리는 역사에 길이 남아 후손에게 모범이 되고, 간악(奸惡)하고 부정부패한 관리는 그 또한 역사 속에 역적으로 갈음된다.
이 시대 정치인들은 과연 세월이 지나면 어떻게 평가될까?

한(漢)나라 때 양진(楊震 ?~124)은 고아로 가난하였으나 학문을 좋아하여 구양백(歐陽伯)의 ⌜상서(尙書)⌝에 밝아 통달하고 박식했다. 모든 유학자들이 그를 두고 말했다. 
“관서(關西)지방의 공자(孔子) 양백기(楊伯起)이다.”

그는 학업을 가르친 지가 20여 년이 되었으나 이웃 고을 주군(州郡)으로 임명한다 해도 응하지 않자, 사람들은 그를 두고 나이가 많아 너무 늦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양진의 안빈낙도(安貧樂道/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도를 지키며 즐김)의 흥취(興趣)는 더욱 두터워 졌다.
이에 등줄(鄧騭)이라는 관리가 그 소식을 듣고서 그를 초빙하여 관직(官職)을 맡겼을 때 양진의 나이 이미 오십이 넘었다. 그 뒤 그는 형주자사(荊州刺史), 동래태수(東萊太守)로 여러 번 승진되어 옮겼다.

양진(楊震)이 동래태수로 부임하러 가던 중 창읍현(昌邑縣)을 지나갔다. 이때 이전에 그가 수재로 추천했던 왕밀(王密)을 만났다. 왕밀(王密)이 마침 창읍현령(昌邑縣令)으로 있었는데 그는 예전에 양진의 추천을 받아 벼슬을 시작했으므로 그 일을 은혜(恩惠)로 여겨 한밤중에 찾아와 황금(黃金) 10근(斤)을 바쳤다.
이에 양진이 말했다.
“옛 구면으로서 나는 자네를 알아주었는데, 자네는 나를 알아주지 못하는구나, 이 무슨 짓인가?” 
그러자 왕밀이 말했다.
“밤중이니 아무도 이 사실을 아는 자가 없을 것입니다.” 
양진이 말했다.
“하늘이 알고(天地) 땅이 알고(地知), 내가 알고(我知), 자네가 알고(子知) 있는데, 어찌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하는가?”(四知)
왕밀이 부끄러워 나갔다.

왕밀은 후에 탁군태수(涿郡太守)로 옮겨가서도 성품이 공정(公正)하고 청렴(淸廉)하여 자손들이 거친 밥을 먹고 걸어 다녔다. 
옛 친구들 중에 어떤 사람이 왕밀의 자손(子孫)들을 위해 부동산(不動産)을 마련해 주고자 하자 양진은 달가워하지 않고 말했다.

“후세(後世)사람들에게 청렴(淸廉)하고 결백(潔白)한 관리의 자손이라고 일컬어짐을 자손에게 남겨준다면 충분하지 않겠는가?”

그의 둘째 아들 양병(楊秉·92~165)은 아버지를 이어 환제 때 태위(太尉)벼슬에 올랐다. 정치가 잘못되면 그는 늘 성의(誠意)를 다해 임금에게 간언(諫言)했다.
양병은 술을 입에 대지 않았고, 젊어서 아내가 세상을 뜨자 다시 장가들지 않았다.
그 또한 청렴으로 사람들의 기림을 받았다. 

그가 말했다.
"나는 술(酒)과 여색(女色), 재물(財物) 이 세 가지에 흔들리지 않았다.“

잘나가다가도 늘 술과 여색, 재물의 삼혹(三惑)에 발이 걸리면 넘어진다.
군자는 사소한 것조차 삼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술과 여색, 재물이라는 삼혹(三惑)을 현대의 시대에 맞게 바꾸면, 지나친 음주로 인한 방탕(放蕩)과 노력 없이 요행만을 바라는 사행행위(射倖行爲), 그리고 사기(詐欺)로 인한 재물(財物)소유가 될 것이다.

이 시대 힘없는 백성들은 아무 곳에도 하소연 하지 못하고 정직하게 살고 있다. 본래 국가와 법은 이러한 백성들을 지켜주고 도와주는 것이 올바른 정치인데, 세상이 완전히 뒤집혀 온갖 뇌물이 창궐(猖獗)하여 온 나라는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자기들끼리 법적싸움으로 이전투구(泥田鬪狗)하고 있으니 국민들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다.

요즈음 시대에도 사지(四知)의 교훈과 실행이 너무나 절실하다. 오죽하면 법(法/ 김영란 법)으로 뇌물(賂物)을 금지 했겠는가. 
그런데 이 시대는 뇌물을 쓰던 아부를 하던 부정한 방법을 통해서라도 권력을 거머쥐고, 거짓 수단으로도 재물을 모으는 사람이 오히려 똑똑하고 잘난 사람으로 평가받는 세상이 되었다. 
이는 곧 정의(正義)는 죽고 부정(不正)이 살아있는 짐승의 세계이다. 사람들이 사람다워야지 짐승다워서야 되겠는가?
지금 대한민국을 어지럽히는 것은 사지(四知)를 알지 못하고 삼혹(三惑)에 홀려 중심을 잃은 정치권이 아닌가? 

成立之難如登天 失墜之易如燎毛(성립지난여등천 실추지이여료모) 일을 이루는 것은 하늘을 오르는 것처럼 어렵고, 일을 망치는 것은 터럭 태우는 것처럼 쉽다.

나라를 굳건하게 하려면 천년의 세월도 부족한데 나라를 망하게 함은 일 년의 세월도 남아돈다. 역사가 말해주고 있는 엄연한 사실을 직시(直視)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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