七顚八起(칠전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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七顚八起(칠전팔기)
  • 장상현 전 인문학교수
  • 승인 2024.01.1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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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 전 인문학교수
장상현 전 인문학교수

제 38편: 七顚八起(칠전팔기/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 일어난다)를 통해 새해의 각오를 다시 한번 돌아본다.

 

칠전팔기(七顚八起)의 글자는 七(일곱 칠), 顚(넘어질 전), 八(여덟 팔, 起(일어날 기) 4자로 구성되어 있다.

출처는 송(宋)나라 범엽(范曄)의 후한서(後漢書)에서 볼 수 있으며, 이는 여러 번 실패하여도 굴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고 분투하는 사람이나 그러한 정신을 비유한다.

새해를 맞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보름(15일)이 지나갔다.

새해가 되면 모든 것이 새롭고 크게 변화가 있을 줄 알고 설레었는데, 어저께 뜨던 해와 오늘 뜨는 해가 똑같고, 어저께 찾아오던 밤이 오늘도 어제와 똑같이 찾아온다.

한 해를 보내면서 가장 많이 쓰는 용어는 아마도 송구영신(送舊迎新)과 去者不追 來者不拒(거자불추 내자불거)/ 가는 사람 쫒지 말고 오는 사람 막지 말라)일 것이다. 이는 ‘가는 해와 오는 해는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리라.

새해라고 갑자기 무엇이 달라졌겠는가! 그러나 분명히 달라진 것이 있다.

그 달라진 것은 ‘나의 각오(覺悟)’이다.

보름 전 새해에 다짐했던 ‘금년의 각오’에 대한 계획의 철저한 실천(實踐)이 지난해와 달라진 것이다.

그런데 혹 이 시간에 그 계획을 실천하기가 괴롭고 귀찮아서 새해 처음의 각오가 엷어지고 느슨해지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다시 실행의 고삐를 바짝 조여야 한다.

여기에 게으름이 오면 교훈 삼아야 할 고사성어가 있다. 곧 ‘칠전팔기(七顚八起)’이다.

칠전팔기는 생애에 가장 힘들고 회생(回生)이 어려운 극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마침내 성공(成功)을 이루는 강(强)한 정신력(精神力)과 인내(忍耐)의 결정체가 아닌가 생각된다.

송(宋)나라 범엽(范曄)이 저술한 후한서(後漢書)에는 아래와 같은 이야기가 있다.

어느 전투에 패(敗)한 장수(將帥)가 쫓기다 급한 김에 조그만 굴(堀) 속에 몸을 숨겼다.

그러자 간신히 비집고 앉은 굴 입구에 거미 한 마리가 거미줄을 치기 시작했다.

숨어사는 처량한 신세를 한탄하던 장수(將帥)는 아무 생각 없이 거미줄이 다 쳐지자 손으로 거미줄을 흩어버렸다. 그런데 그 거미는 처음부터 다시 줄을 치기 시작했다.

장수는 숨어있는 것 말고는 딱히 달리 할 일도 없고 해서 거미가 줄을 다 치면 아무 생각 없이 다시 흩어버렸다. 그런데도 거미는 포기하지 않고 또 줄을 치고 있었다.

“이젠 하찮은 미물(微物)까지 나를 무시하는구나!”

괘씸한 마음에 그렇게 다 만든 거미줄을 일곱 번이나 흩어 버렸는데도 거미는 묵묵히 여덟 번째 거미줄을 다 쳤다.

“이런 답답한 놈이 있나? 이쯤 되면 포기할 일이지!”

거미의 우둔함을 탓하던 순간 갑자기 굴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적병(敵兵)의 수색대(搜索隊)요원들이 굴 입구에 들이닥쳤다.

이에 장수는 이젠 꼼짝없이 죽었다 싶어 몸을 납작 엎드린 채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때 노련한 적 병사 한 명이 굴 입구로 다가와 입구에 거미줄이 처져있는 것을 보고“어이~ 여기 거미줄이 있는 것을 보니 이 굴속에는 아무도 안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니 수색할 필요가 없다.”라고 하면서 동료들을 이끌고 돌아서 가버렸다.

거미 덕분에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장수는 하찮은 거미를 다시 보게 되었다.

포기(抛棄)하지 않는 거미의 불굴(不屈)의 정신(精神)에 목숨을 빚지고 큰 깨달음을 얻은 장수는 나중에 재기(再起)를 거듭하여 큰 공(功)을 세웠다고 한다.

자연 상태의 거미줄은 일부러 걷어내지 않는 한 비바람에도 잘 끊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군대에서 적병을 추격할 땐 거미줄이 끊어진 것을 보면 적이 지나간 흔적(痕迹)이라 여겨 그곳을 따라 추격(追擊)을 하도록 훈련을 받는다.

그러니 그 적병의 수색요원들 역시 사람이 굴에 들어갔다면 당연히 거미줄이 끊어져 있을 것이라 여겼던 것이다.

우리의 ‘홍수환’ 권투선수가 1977년 11월 27일 파나마의 ‘카라스키야’와의 대결에서 4번 링에서 넘어졌는데 다시 일어나 극적으로 승리한 '4전 5기'의 신화를 만든 바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경제대국으로 성장시킨 1960 ~ 80년대 기업가들의 불굴의 투지와 끈질긴 인내가 세계경제 10위권을 상회하는 원동력이 된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우리 민족은 세계 어느 민족보다 우수(優秀)하고, 또 넘어지면 포기(抛棄)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는 오뚜기 같은 훌륭한 자산(資産)을 가진 특이한 민족이다.

거의 1,000여 회 외세의 침략을 받고도 다시 일어나 부흥을 일으킨 민족이기도 하다.

사회생활에서는 많은 어려움과 역경이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한 노력으로 극복해 나가는 사람만이 그 성공 지점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칠전팔기(七顚八起)의 교훈처럼,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의지(意志)가 중요하다.

성경(聖經)에도 ‘대저 의인(義人)은 일곱 번 넘어질지라도 다시 일어나려니와, 악인(惡人)은 재앙(災殃)으로 인하여 엎드러지느니라.’(잠언 24장 16절)의 말씀은 모든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힘을 낼 수 있는 교훈을 담은 축복의 말씀이다.

올해에 수립한 계획 절대 포기(抛棄)하지 말고, 이룩해보는 의지(意志)를 실천해 보자.

그리고 “다시 일어나 보자...”    2024년 대한민국의 새로운 희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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