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深鳥棲(임심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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林深鳥棲(임심조서)
  • 장상현 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4.03.1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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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 전 인문학 교수
장상현 전 인문학 교수

제42편: 林深鳥棲(임심조서) 숲이 깊으면(우거지면) 새가 깃들인다.

❍글자 뜻 : 林(수풀 림) 深(깊을 심) 鳥(새 조) 棲(살 서)

❍출전 : 당(唐) 태종(太宗)의 정관정요(貞觀政要)

❍비유 : 동물들은 육체적으로 편안히 쉴 수 있는 처소(處所)가 있을 때 행복함을 느끼고, 삶에 덕(仁과 義)을 쌓으면 저절로 만물이 모이고 일이 순조롭다.

새가 보금자리를 잡을 때는 일조(日照), 풍향(風向), 위기(危機), 높낮이 등 많은 내용을 고려한다. 이는 편안하면서 위험하지 않고, 안정된 생활을 보장받기 위해서이다.

사람들은 진정한 행복을 논(論)할 때 큰 충족(充足)보다는 오히려 작은 만족(滿足)에서 큰 행복(幸福)을 느낀다고 말하고 있다.

학자들은 인간의 3대 욕구를 식욕(食慾), 성욕(性慾), 수면욕(睡眠慾)이라 보고 있다.

이는 만족스런 식탁과 따뜻한 보금자리,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늘 곁에 있다는 것이 가장 행복한 조건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옛글에 “大廈千間夜臥八尺 良田萬頃日食二升(대하천간야와팔척 양전만경일식이승/천 칸짜리 큰 집이라도 밤에 눕는 곳은 여덟 자면 되고, 좋은 밭이 만 경(수백만 평)이 있다 해도 하루 먹는 것은 (곡식) 2되면 된다.” (명심보감 성심하편)

이와 같이 인간들의 삶에는 먹는 것과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장소가 행복의 근간이 되는 것이다.

임심조서(林深鳥棲)는 당 태종(唐(太宗)이 신하들에게 인의(仁義)를 실천하고자 한 당부 말에서 연유한다.
“깊은(넓은) 숲에는 새들이 찾아들고, 넓은(깊은)물에는 물고기들이 놀듯이 사람들은 인과 의(仁義)를 쌓으면 모든 것이 자연히 돌아오게 되는 것이오. 사람들이 재해(災害)를 두려워해 피하고자 하지만 인의(仁義)를 실천하면 재해가 생기지 않는 것은 모르는 것 같소. 그러므로 인의의 길은 항상 마음에 담고서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는 것이니, 만약에 잠시라도 태만(怠慢)하면 멀어지는 것이오. 음식이 몸을 돕는 것과 같이 항상 배부르게 먹는다면 생명을 보존하는 것과 같은 것이오.”

이에 왕규(王珪)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폐하께서 이 말씀을 알고 계시니 천하가 큰 행운입니다!”

인간사 모든 일이 순(順)방향으로 가야 함을 모르는 자는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타고난 욕심(慾心)을 버리지 못해 자기가 가는 길이 방향을 잘못 잡고 있음에도 그 욕망(慾望)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그 중 권력(權力)이나 재물(財物), 명예(名譽) 등은 오히려 순리(順理)와 법(法)을 어겨가면서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행되며. 집념(執念)과 인내(忍耐)로 일관하여 관철시키고 있다.

인간들의 편안한 쉼터가 되는 집이란 사전적인 의미로는 “사람이 살기 위하여 지은 건물(가족이 생활하는 터전)과 동물이 보금자리(살기에 편안하고 아늑한 곳)를 튼 곳”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집을 가리키는 한자(漢字)들을 몇 개 보자. 가(家), 실(室), 궁(宮), 택(宅), 우(宇), 주(宙) 등이 있다 이들 글자에는 공통적으로 원시 움집 모양의 ‘집 면(宀)’자가 있다. 발음이 ‘면’인 이것은 지붕과 벽이 합쳐진 상형문자(象形文字)로서 집이 비바람(이슬, 서리 포함)이나 추위와 더위(寒暑), 짐승, 해충 등으로부터 피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아늑하고 편안함을 느끼게 되어 마음이 안정되고 피로(疲勞)가 해소(解消)되어 행복해지는 최고의 장소로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집 가(家)’자에 ‘돼지 시(豕)’자가 들어 있는 모습도 파충류가 극성이던 옛날에는 집안에 들어오는 뱀이 가장 큰 문제였다. 뱀의 천적(天敵)이 돼지라는 사실을 깨달은 인류의 선조들은 갑골문을 만들고 집을 뜻하는 가장 보편적인 면(宀)자 안에 돼지(豕)를 그려 넣어 안정을 보장받기를 소망한 것이다. 제주도에는 아직도 그 풍습이 남아 있다. 민간에서는 뱀띠와 돼지띠가 만나면 원진살(元嗔煞)이라 하여 결혼을 피한다.

倚南窓以寄傲, 審容膝之易安(의남창이기오, 밀용슬지이안) 남쪽 창가에 기대어 오만함(자유스러움)에 이르니 무릎을 용납할 만한(아주 좁은)곳이 편안하기 쉬움을 알았노라.

이 詩는 진(晉)나라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 한 부분이다.

도연명이 관직을 버리고 집으로 돌아오니 매우 자유스럽고, 비록 아주 적은 공간이지만 편안하기 이를 데 없음을 노래하고 있다.

衆鳥欣有託(중조흔유탁/ 새들은 머물 곳 있음에 즐거워하고)

吾亦愛吾廬(오역애오려/ 나 역시 이 오두막 사랑하게 되네)

이 역시 도연명의 시의 일부분이다. 쉴 곳을 사랑한 시인의 생각이 잘 나타나 있다.

둥지 떠난 새(鳥) 얼마나 애처러울까?
크고 화려한 조명(照明)보다 작지만 소박하면서도 가득찬 행복의 둥지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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